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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국제결혼피해 방지 제도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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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0 23:01:11 수정 : 2021-11-10 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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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중개업자를 통해 국제결혼을 한 K씨의 일이다. K씨는 3년 전 국내 결혼중개업자와 국제결혼계약을 맺고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베트남에서 이틀 동안 20여명의 여성과 맞선을 보고 현지 통역인의 권유로 V씨와 3시간 정도 데이트를 한 후 결혼을 결심했다. 출국 3일째 되는 날 K씨는 과일, 꽃바구니 등 간단한 예물을 준비한 후 왕복 6시간 거리의 V씨 집을 방문해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렸다. 4일째 날 K씨는 현지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바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한국·베트남 양쪽 국가에 혼인신고를 한 부인 V씨는 남편 K씨가 베트남을 다녀간 약 5개월 후 남편의 초청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입국 당시 V씨는 임신 5개월로 입덧이 심해 식사를 제대로 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딸을 낳았고, 3년여 그럭저럭 잘 지냈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V씨는 아이가 자라면서 남편과 닮지 않은 데다 주변 사람에게서 아이가 아빠를 닮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돼 고민 고민 끝에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K씨와 V씨는 합의를 하고 친자확인 유전자검사를 의뢰했다. 아뿔싸,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아이가 엄마의 친자는 맞지만 아빠의 친자는 아니라는 결과를 받은 것이다. V씨는 베트남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의 아이임을 자백하고 이혼 후 딸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V씨는 아이와 함께 임의가출, 잠적해 버렸다.

이러한 연유로 K씨는 호적 정리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물론 뒷정리가 만만치 않아 걱정이 많다. 모든 책임이 K씨 혼자 일로 남아 심적 고통과 경제적인 손실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K씨의 심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누가 헤아려 주겠는가.

이러한 사례 외에도 요즘 국제결혼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복잡하게 얽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

국제결혼은 직접 만남, 지인 소개, 종교단체 주선, 결혼중개업자에 의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중 결혼중개업자에 의한 방식이 주종을 이룬다. 여성가족부의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한 결혼은 맞선부터 혼인 성사까지 평균 5.7일이다.

무엇보다 국제결혼 피해를 줄이거나 구제를 받으려면 결혼중개업자와 계약 시 먼저 등록업체인지를 확인한 후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야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자세한 신상정보를 서면으로 받아야 한다. 이때 두 사람의 매개자인 통역인은 결혼중개업자가 고용한 자이고 결혼이 성사돼야만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보니 혼인 성사의 걸림돌이 될 만한 내용을 누락, 왜곡 통역함으로써 추후 불화로 비화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뿐 아니라 결혼이민자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서류는 양국의 언어로 공증해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결혼에 문제가 종종 발생하자 2010년부터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관계기관의 노력으로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돼 국제결혼으로 인한 폐해가 많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국제결혼 관련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여전하다. 국제결혼의 피해를 줄이고 피해자를 상담 지원해 줄 법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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